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이야기를 가톨릭 성경 관점에서 살펴보며, 인간의 교만과 하느님의 개입, 그리고 오늘날의 교훈을 다룹니다.
바벨탑의 배경: 하나된 언어, 하나된 야망
창세기 11장은 전 세계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던 시절을 묘사합니다. 사람들이 동쪽으로 이동해 시날 평지에 이르렀고, 그곳에서 벽돌을 구워 도시와 탑을 세우기로 합니다. 그들은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을 쌓아 이름을 떨치고 온 세상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는 목표를 세웁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건축 기술의 발달이 아니라, 하느님 없이 인간의 힘만으로 스스로를 드높이려는 야망을 드러냅니다. 이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무시하고, 인간의 자율성과 명예욕이 절정에 달한 상징적인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의 개입: 언어의 혼란과 흩어짐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교만한 시도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한 백성이고 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이렇게 하다간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그들의 언어를 혼란스럽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만드셨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도시 건설을 멈추고 온 세상으로 흩어지게 됩니다.
이 사건은 단지 언어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를 신격화하려 할 때, 그 끝은 분열과 무질서임을 보여줍니다. 바벨이라는 이름도 "혼란"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바벨탑의 오늘날 의미
가톨릭 성경에서 바벨탑은 인간의 교만과 그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가 함께 작용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혼란과 분열 속에서도 하느님은 인류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훗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진정한 일치의 길을 제시하십니다.
오늘날의 바벨탑은 기술과 정보, 경제력으로 자기를 드높이려는 현대 문명의 모습과도 연결됩니다. 하느님 없이 자율성을 절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다시 바벨의 교훈을 되새겨야 합니다. 진정한 일치는 하느님 안에서만 이뤄질 수 있으며, 언어와 문화를 넘어서는 일치는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에서 완성됩니다.
교만은 분열로, 순종은 일치로
바벨탑 이야기는 인간의 야망이 하느님의 뜻을 외면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성경적 사건입니다. 가톨릭 신앙은 이 사건을 통해 교만에 대한 경계와 동시에 하느님의 인내와 구원의 역사를 묵상하도록 인도합니다. 창세기 속 바벨탑은 오늘날 우리 삶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