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바오로 축일은 교회의 큰 전환점을 만든 사도 바오로의 삶과 순교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의 회심, 선교, 순교의 의미를 함께 알아봅니다.
박해자에서 복음의 사도가 된 바오로
성바오로, 본래 '사울'이라는 이름의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는 초기 기독교를 격렬하게 박해하던 인물이었고, 스테파노 순교 현장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길에서 눈부신 빛에 휩싸여 예수님의 음성을 듣는 극적인 체험을 하게 되고, 시력을 잃습니다. 그 후 하느님께서 보낸 하나니아스를 통해 다시 눈을 뜨고 세례를 받아 '바오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납니다. 이 회심은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점 중 하나로 평가되며, 바오로는 복음의 열정적인 사도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의 전도 여행
바오로는 유대인을 넘어 이방인에게도 복음을 전하라는 소명을 받고, 세 차례의 전도 여행에 나섭니다. 아시아 소아시아, 마케도니아, 그리스, 로마까지 이르는 여정은 수많은 도시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졌습니다. 아테네에서는 철학자들과 논쟁하고, 감옥에서는 간수의 회심을 이끌어내는 등 그의 삶은 복음 선포의 여정이자 신앙의 모험이었습니다. 바오로는 로마 시민권을 활용해 황제에게 직접 항소했고, 폭풍 속에서 몰타 섬에 표류하기도 하며 기적과 같은 체험들을 이어갔습니다.
바오로의 순교와 6월 29일 성바오로 축일의 의미
성바오로는 네로 황제 시기의 박해 중 로마에서 참수형을 당해 순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승에 따르면, 그의 머리가 떨어진 세 곳에서 샘물이 솟아나 '트레 폰타네(세 샘)'라는 성지가 탄생했습니다. 그의 무덤은 성 바오로 대성당에 보존되어 있으며, 오늘날까지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장소입니다. 6월 29일은 성베드로와 함께 성바오로를 기리는 날로, 두 사도의 순교 또는 유해 이전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이 날은 교회가 사도들의 희생을 기리고, 그들의 믿음을 본받는 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와 바오로, 두 사도의 일치
성바오로 축일이 성베드로와 함께 기념되는 이유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같은 목표, 즉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데 일생을 바쳤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12제자 중 첫째이자 초대 교황으로, 바오로는 회심한 후 이방인을 위한 사도로 활동했습니다. 때로는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결국 이 둘은 교회 안에서 다양성 속의 일치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로마의 전통에 따라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기리던 날이 3세기 이후 이 두 사도의 축일로 바뀌었다는 점도 의미 깊습니다.
축일을 기념하는 로마와 한국 교회의 풍경
로마에서는 성 베드로 대성당과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장엄한 미사가 거행되며, 교황은 이 날 새 대주교들에게 팔리움을 수여합니다. 이 팔리움은 바오로의 순교지인 트레 폰타네에서 자란 양의 털로 제작됩니다. 성 베드로상에는 붉은 망토와 삼층관이 씌워지고, 밤이 되면 화려한 불꽃놀이가 로마 하늘을 수놓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 날을 '교황 주일'로 지내며, 교황과 보편 교회를 위한 기도를 바칩니다.
바오로의 용기와 열정에서 배우는 삶의 방향
성바오로 축일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변화와 회심, 그리고 복음 선포의 열정을 다시금 되새기는 날입니다. 바오로의 삶은 우리가 어떤 과거를 가졌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때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베드로와의 우정과 협력 또한, 서로 다름 속에서 하나 될 수 있다는 깊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축일을 맞아 우리도 자신을 돌아보며, 믿음 안에서 새로운 걸음을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